
기업 신성장
동력 찾기
재계는 신성장동력 찾기에 열심이다. 지난해 블루오션(Blue Ocean)전략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기업들이 얼마나 신성장동력 찾기에 목말라하고 있는지는 잘 보여준다. 반도체산업을 일으킨 삼성그룹이나, 정유업과 정보통신업으로 재계 선두 그룹에 등극한 SK그룹 등은 과거 신성장동력을 찾아 내 성공한 전형적인 그룹이다. IT산업 뒤를 이어 앞으로 10년 후 우리나라를 먹여줄 신산업으로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CT(문화기술), ET(환경공학기술), ST(우주항공기술)를 꼽지만, 아직 이렇다할 실체가 없다. 그저 시험적으로 신규사업부 형태나 독립법인을 만들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아직 희망은 보이질 않는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 마냥 투자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부도로 그룹마저 해체된 기업들을 여럿 목격해온 터라 신산업이라는 6T 산업에 함부로 뛰어들 수도 없다. 쌍용, 진로, 해태, 새한, 거평, 메디슨, 나산, 신원, 쌍방울 등은 한결같이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하다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기업들이다. 신성장동력을 무리하게 찾다보니 자신들이 갖고 있던 핵심역량까지도 잃었다.
기자더러 2000년 이후 들어 성공적으로 신성장동력을 찾은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오리온그룹을 추천하고 싶다. 오리온(과거 동양제과)은 롯데제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과 더불어 전형적인 제과업체였다. 그러나 요즘 오리온그룹은 더 이상 제과 전문 그룹이 아니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진출해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만원 미만하던 주가도 30만원을 넘볼 만큼 급등했다. 증권시장에서 오리온의 사업다각화를 성공작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대목에서 오리온그룹이 어떻게 사업다각화에 성공했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0여년전 일이다. 현 이화경 오리온 사장(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 차녀, 부군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3명으로 별동부대를 운영했다. 이들은 입사 이후 6개월 동안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서울 압구정동 근처에서 조그마한 사무실을 얻은 후 매일같이 ‘정보 찾기’에 몰두했다. 이화경 사장은 이들에게 10년 후 오리온그룹이 먹고 살 수 있는 신규 사업을 찾도록 지시했던 것. 이들은 마음대로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6개월 후 이들이 이화경 사장에게 보고한 신규사업은 케이블TV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었다. 현재 이들은 오리온그룹의 신규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김성수 온미디어 대표, 문영주 롸이즈온 대표, 김우택 미디어플렉스 대표가 화제의 별동부대 3인방이다.
오리온그룹이 신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처럼 최고경영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별동부대를 운영했으며, 아이디어 제공자가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인사 정책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평가하고 싶다.
신성장동력은 찾기도 힘들지만, 내외부 제안을 받아들이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전폭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만약 이런 노력과 투자비용 없이 신성장동력을 찾으려 한다면 성공확률은 높을 수 없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임원 시절 신규사업팀장을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 신규사업을 찾기 위해 전세계를 이 잡듯이 뒤졌고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모두 현실에 옮겨지지 않았다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털어 놓은 적이 있다.
오리온그룹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경쟁력을 갖기까지 약 10년이 흘렀다. 직접 신규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비교적 쉽게 신규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M&A와 전략적 제휴를 들 수 있지만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만큼 실패할 수 있는 확률도 높다. 어떤 방법으로 신성장동력을 찾느냐는 순전히 CEO 몫이다.
이제경 매경이코노미 차장